여성,작가살이 

스페인 프라도미술관 큐레이터의 부인이 미술관을 둘러보고 자신의 남편에게 이렇게 물어봤다고 해요.
“도대체 여성 화가들은 어디에 있는 거죠?”

이 질문이 좋은 작업을 많이 해도 여성 작가의 그림을 잘 만나기 어려운 현실을 이야기한 것인지 왜 모르겠어요.
하지만 만일 그녀를 만났다면 우리는 이렇게 말하겠어요.
“여기 있어요!”라고.

비록 유명한 미술관에선 여성 작가들을 마주하기 힘들어도 정말 많은 여성 작가가 어제도 오늘도 작업에 열심이기 때문이에요.
징검다리 미술가게 오픈 이래 네 개의 기획전시를 했어요. 그 과정에서 만났던 여성작가들, 그이들을 통해 만난 또 다른 여성 작가들, 이들은 모두 한결같이 그림에 고파하고 작업에 열정적이고 무엇보다 실컷 작업만 하고 싶다고 했어요. 마치 모두 한 입으로 말하는 것처럼요.   

그러다 궁금해졌어요. ‘이 사람들은 왜 이리도 ‘작가’로 사는 일에 목말라할까. 이미 충분히 열심히 자기 작업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 아닌가.’ 적어도 징검다리 미술가게가 만난 여성 작가들은 분명 그러한데 말이죠.

그이들의 목마름에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 작가’로서 발 딛고 살아가는 현장이 바로 분투의 장이기 때문일 거예요. 사회 모든 영역이 그러하듯 문화예술계도 여성이란 성별에 친절하지 않지요.
어떤 여성 작가들은 육아와 돌봄,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현실이 작가살이의 길을 가로막기도 하고요. 만만치 않은 삶의 현장에 발 딛고 생활과 분투하며 얻어진 틈틈이, 그야말로 ‘틈’을 이용해서 어떤 것보다 열심히, 누구보다 치열하게 그리고 또 그리는 이이들에게 작업의 세계는 늘 허기를 달래기 어려운 현실이었던 거죠.

그런 와중에서 그이들은 자신의 작업 안에 생활 속에서 만난 사람과 사물과 자연에 말을 걸고, 안녕을 묻고 있어요. 가볍게 스쳐갈 수도 있겠으나 마음에 담고, 이 땅에서 자신들의 여성으로서의 위치와 고통을 대면하듯이 그것들을 차곡차곡 화폭에 담아내죠.

< 여성,작가살이 >전은 여성 작가가 그린 페미니즘 그림을 담은 전시가 아니에요. 미술 현장에 있는 여성 작가들의 삶과 예술을 보여주고 싶어서 준비되었지요. 여성의 ‘작가살이’ 그 자체가 바로 페미니즘이고 투쟁의 장이거든요.

이 전시가 좀 더 많은 사람이 여성 작가들과 그들이 담아내는 그림 세계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보며, 올해로 116주년을 맞는 ‘세계 여성의 날’에 < 여성,작가살이 >전을 열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마음이네요.
“전시 작품은 이미지를 클릭해서 원본을 감상하세요”
(작가의 순서는 작가 이름 하파타 순)
# 명학시장 8

아주머니들 사이에서도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보이는 친한, 안 친한 사이가 보인다. 거리를 두려는 태도도 보이고 개중 성격이 좋은 아주머니는 사이를 이어주려고도 한다. 거의 다 그려가는 중에 나오신 할머니 한 분이 소싯적에 그림을 그리셨다고 하시며 내 그림을 인정해 주셨다. 컬러로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셨는데, 어르신들이 컬러 그림을 자주 권하신다.
# 명학시장 27

맨 왼쪽은 우직한 털털이, 그 옆은 말씀을 논리 있게 하는 똑똑이, 그 옆은 이 동네 대빵 왕언니, 그 옆이 내가 좋아하는 귀엽게 웃는 야채가게 사장님, 그 옆이 이 모임의 막내 애교왕. 왕언니가 하드를 사가지고오시며 애교왕에게 “우리 막내 이쁜이 왔어? 아이 이뻐.” 하니 애교왕이 “언니! 나 이뻐? 언니 보고 싶었잖아, 내가” 한다.
# 24년 만에 간 가게 (채집 운동 안양 편)

국민학교 다닐 적에 은혜식품 밑 굴다리를 지나 현충탑으로 올라갈 때, 늘 굴다리 초입에 있는 화장실의 작은 계단을 어거지로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고야 지나갔다. 은혜식품은 그때 그 간판 그대로였고, 그때도 주인 할머니였던 할머니는 더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다. 계분을 뿌려 똥냄새가 나는 할머니의 작은 텃밭 옆에 앉아서 슈퍼와 저 멀리 보이는 안양을 그리려고 마음먹었다.

난간 옆에서 같은 자리를 왔다 갔다 하는 아저씨는 대여섯 번을 왔다 갔다 하며 신중히 걷더니 지나갔고, 2~30분에 한 번씩 담배를 물고 나오는 은혜식품 할머니는 박스를 뜯어서 내 엉덩이에 깔아주셨고, 막걸리를 사러 가는 길에 안양 얘기를 해주셨던 할아버지는 월드콘을 건네고 가셨다. 이런 차분한 환대를 받으니 갑자기 울음이 터질 것 같아서 눈을 크게 떴다. (이런 분위기에 상당히 약하다)

그러는 중에 은혜식품 옆 골목에서 마치 요즘 유행하는 추억 순회 드라마에라도 나올 듯한 초등학생 세 명이 천상 초등학생처럼 오고 있다. 후딱 지나가 버릴 것만 같아서 아이들에게 '나중에 자세히 그리게 너희들 옷만 사진 찍어도 될까?' 하니 셋이 무려 어깨동무까지 하더니 용감히 웃어주신다. 동네의 안 좋은 면을 많이 봐온 삼십 대라 그런지 이 상황에 나는 또 울음이 나올 것 같아서 손을 발발 떨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두었다.
강원 춘천 남이섬 (있을재 구슬옥)

이게 저기 갔던 거야. 남이섬이라고. 아빠 고향 친목회 친구들. 그거 하는데 와이프들이야. 나랑 이 옆에 선글라스가 제일 어리고. 아빠는 이때도 가서 일등 했어. 달리기를. 니 아빠가 얼마나 잘 뛰던지. 아빠가 시골에서 어릴 적에 달리다가 져가지고 할머니가 분해가지고 그랬잖아? 그 친구를 떨어트렸어. 아빠가 이겼어. 학교 때 일등 못 한 거를 했어. 힘을 있는 대로 줘가지고.

이 선글라스 이 엄마가 이때는 아주 키도 크고 멋있었는데. 나중에 상갓집에 갔는데. 아니 너무 쪼끄만 거야. 나는 그래가지고 키가 어디 갔나. 이렇게 작았나… 마누라를 바꿨나… 그랬더니 그때는 십 몇 센티를 신었었대. 아주 바지로 싹 내려가지고 감추고. 그런 식으로 해가지고 자기는 젊을 때 그렇게 유지했었대. 나는 마누라를 다시 얻었나 그랬어. 상갓집이니까 덧버선 신고 그냥 있잖아. 내가 그랬더니 웃더라고.

“내가 젊어선 그랬죠” 하면서.
살아가는 중 3, 1, 5, 6, 4, 2

25×17.5cm, colored ink on paper, 2023

작품 구매를 원하시는 분들께
그림은 노동의 세계에서 피워 올리는 꽃

한 작가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눈 떠서 밥 먹는 시간 빼고는 잠이 들 때까지 그림을 그리고 또 그립니다. 그림을 많이 그리느라 ‘산재 노동자’의 아픈 어깨로 찡그리며 자는 날이 많습니다. 하지만 만족스레 그림을 그린 날은 자면서도 빙그레 웃는다고, 그이의 배우자가 말합니다. 여러 다른 일에 치이며 그림을 그리지 못한 날은 잠든 낯빛조차 밝지 못하지만 말입니다.

그림만 그릴 수 있는, 그래도 행복한 작가의 경우입니다만 창작의 세계 역시 그렇게 치열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세상에 영합하는 작품이 아니라서 더욱이 그러합니다. 그림을 그리기 전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 맹렬하게 집중하는 시간, 지우고 더하는 붓질로 섬세하게 마무리하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작품을 완성하는 데 얼마나 걸렸냐는 질문에 자신의 나이만큼 들었다는 어느 작가의 답변을 떠올립니다. 작품에 혼을 담는다는 말은 절대 과장이 아닐 것입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타협 없는 삶을 살아내는 작가들의 귀한 작품입니다.
창작이라는 지난한 노동의 세계에서 피워 올린 꽃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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