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미술가게 네번째 기획전

그래도희망
어릴 적이었다. 집 마당에 닭이 있었다. 얼룩 닭과 흰 닭이었다. 얼룩 닭이 흰 닭 등어리를 가차 없이 쪼아대는 걸 보았다. 싸움은커녕 도망도 못 치고 일방적으로 당하던, 쭈그려 앉은 흰 닭의 양 날갯죽지 가운데로 붉은 핏빛이 선연하게 번져가던 걸 기억한다.
맨드라미를 처음 보았을 때 그 얼룩 닭의 그 볏을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세월이 흐른 뒤 닭은 닭이고 맨드라미는 맨드라미로 분리해 보게 됐다. 맨드라미도 그저 한 떨기 꽃이었다. 이런 꽃 저런 꽃, 모두 저마다의 개성을 간직한 꽃일 따름이었다.
 
사람도 모두가 오롯이 소중한 사람일 뿐이다. 그 소중함을 억압하는 교육과 문화와 관습과 법에 맞서야, 차별의 세상에 저항해야 또 사람이다. 이윤엽 작가의 ‘미안해 너구리야’에 담긴 마음. 개에게 쫓겨 떠난 너구리를 감나무 아래 묻어주며 미안하고. 밤에 그 무덤가까지 찾아온, 함께 쫓겼던 또 한 마리의 너구리를 보며 더 슬퍼지는 마음. 그런 게 또 사람의 마음이다.
이렇게 참사람으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별을 심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담쟁이를 닮아있기도 하다.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담쟁이,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 담쟁이 말이다. 그런 담쟁이는 온몸이 길이고, 종국에 들불로 번져갈 촛불에도 온 들판이 길일 터이다.

상흔의 강과 바다를 건너는 나비가 되고 새가 되어, 마침내 절망의 벽을 넘어서는 길 위의 동행으로 살아가자고 손 내민다. 때론 상심도 하는 우리 가슴에, 순간 좌절도 하는 서로의 가슴팍에 그래도 희망의 꽃송이 고스란히 안긴다.
비바람 속 ‘마지막 잎새’와도 같은 생명력의, 류연복 작가 담쟁이 잎사귀를 전한다. 함께 행복한 날로 피워낼, 이윤엽 작가의 이런 꽃 저런 꽃을 송이송이 건넨다.
"전시 작품은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류연복

류연복은 판화가다. “죽은 나무를 칼끝으로 살리는 작업이 목판화”이며 “칼끝으로 표현된 작품이 종이에 찍힐 때, 이 나무는 열 번 찍으면 열 번을, 백 번 찍으면 백 번을 다시 살아난다”는 생각이다. 미술과 대중의 접점을 만드는 길을 걸으며 아름다움을 독점하지 않는 세상을 희망한다. 1993년부터는 안성의 국사봉 자락 밑 자연 속에 자리 잡고 ‘스스로 그렇게’ 미술의 민주화와 문화의 민주화를 꿈꾸며 여물어 가고 있다. 민족미술인협회 사무국장·사무처장,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이하 민예총) 대외협력국장, 경기민예총 이사장 등을 두루 맡은 그이의 현직은 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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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엽

이윤엽은 파견 미술가다. 대추리 투쟁 때는 대추리에서 살고, 박근혜 퇴진 촛불 때는 광화문 텐트촌에서 사는 식이다. 목판화가인데 단색·다색 판화는 물론 나사조립 목판 기법으로 대형 작업을 하기도 한다. 25살로 미대에 입학하기 전 극장 간판을 그리고 ‘노가다’를 살던 삶이 작품에서 선이 굵은 노동자·농민의 모습으로 녹아 나온다. 그이가 ‘백남기 할아버지’에 관해 쓴 글이 있다. ‘늘 그런 사람./ 늘 그래서/ 처음엔 모르지만 조금씩조금씩 알다가/ 어느 날 우아~ 하게 되는 사람./ 비로소 그때 정말 좋은 사람인지 알게 되는 사람’이라는 글귀가 있다. 이윤엽 작가도 꼭 그런 사람 같다. 안성 작업실 겸 집에서 옆지기랑 아들내미랑 개랑 고양이랑 지내고 땅이랑 이웃이랑 벗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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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구매를 원하시는 분들께
그림은 노동의 세계에서 피워 올리는 꽃

한 작가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눈 떠서 밥 먹는 시간 빼고는 잠이 들 때까지 그림을 그리고 또 그립니다. 그림을 많이 그리느라 ‘산재 노동자’의 아픈 어깨로 찡그리며 자는 날이 많습니다. 하지만 만족스레 그림을 그린 날은 자면서도 빙그레 웃는다고, 그이의 배우자가 말합니다. 여러 다른 일에 치이며 그림을 그리지 못한 날은 잠든 낯빛조차 밝지 못하지만 말입니다.

그림만 그릴 수 있는, 그래도 행복한 작가의 경우입니다만 창작의 세계 역시 그렇게 치열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세상에 영합하는 작품이 아니라서 더욱이 그러합니다. 그림을 그리기 전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 맹렬하게 집중하는 시간, 지우고 더하는 붓질로 섬세하게 마무리하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작품을 완성하는 데 얼마나 걸렸냐는 질문에 자신의 나이만큼 들었다는 어느 작가의 답변을 떠올립니다. 작품에 혼을 담는다는 말은 절대 과장이 아닐 것입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타협 없는 삶을 살아내는 작가들의 귀한 작품입니다.
창작이라는 지난한 노동의 세계에서 피워 올린 꽃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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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작품은 판매 후 작품가의 40%가 '노동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곳에 기부가 이뤄져요.
구매 희망자가 원하시는 경우, 작가의 작업실에서 작품 실물을 보실 수 있도록 작가와 약속을 잡고 동행해드립니다.
새로운 경험이 될 거에요 :) ‌아래 양식에 맞게 메시지를 보내 구매 의사를 알려주시면, 확인하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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